중대재해처벌법 시행기준,
업종별ㆍ규모별‘맞춤형’으로 세분화해야
건축ㆍ토목학회, 법 작용 관련 토론회 개최
업계ㆍ현장 혼란 가중…산업별 적용 매뉴얼 필요
[대한안전 장재원 기자]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의 세부 시행기준은 업종별ㆍ규모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세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건설산업만 하더라도 종합 및 전문건설업계와 설계, 엔지니어링 등 산업별로 적용대상 및 범위 등이 다른 만큼 사전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17일 대한건축학회가 주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건설업 적용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 건설업계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관해 일대 혼란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이 실장은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산업별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정부가 직접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나 ‘경영책임자등’의 범위 역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와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기준을 산업안전보건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보다 넓히고, 업종별ㆍ규모별로 차등화하겠다는 ‘원칙’ 만을 두고 있다. 시행 10개월여를 남겨둔 ‘초강력’ 규제임에도 명확한 기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건설업 사망사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건설현장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병훈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1월∼2020년 9월 공사비 3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917명으로 전체 건설업 사고사망자의 57.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공사비 500억∼700억원 현장에선 79명이 사망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 실장은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에 인력 및 예산 투자를 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최소한의 방어적 안전관리 활동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안전역량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예방전문기관에 안전ㆍ보건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정부차원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언은 지난 2018년 정부가 주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할 당시와 흡사하다. 당시 건설업계를 포함해 IT업계, 조선업계, 문화콘텐츠업계 등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보완책이 절실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건설업계의 경우 계절적 특성이 건설현장에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공사 중 돌발 변수 출현 가능성도 높아 타 업종과 같은 포괄적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사망사고 발생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방식 역시 과도한 규제이지만, 경영 환경이 판이한 타 업종과의 차등을 두지 않는 기준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근로자 사망사고 감소’라면 사고 예방을 위한 측면으로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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