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北 목선, 58시간 영해 항해…정경두 "경계 실패 책임묻겠다"
 
北 소형 목선, 귀순의도로 9일 출항, 12일 NLL 넘어
국방장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질타'
경계태세 허점, 안이한 해명으로 의혹 키워
안규백 위원장 “감시 정찰장비 신속히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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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안전 김동환 기자]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항 부두에서 발견된 북한 목선은 이미 12일 해상 군사분계선(MDL) 격인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밤부터 주민 신고로 발견된 15일 아침까지 58시간 동안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녔다는 얘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 상반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이번 일을 ‘경계작전 실패’로 규정하며 이를 질타했다. 그러나 유감 표명이나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았다. 조사 이후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 소형 목선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명의 북한 주민들은 목선을 이용해 지난 9일 함경북도를 출발해 11~12일 위장 조업을 하다 12일 오후 9시경 NLL을 넘었다. 14일 밤 삼척항 2~3㎞ 앞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하다 날이 샌 후 15일 오전 6시 20분경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접안했다. 28 마력의 엔진으로 기동했고 기관 고장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 군·경의 제지 없이 삼척항에 도착한 해당 목선은 15일 오전 6시 50분경 산책을 나온 지역 주민에 의해 112 신고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신고자가 차림새가 특이한 4명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 질문했는데, 이들은 북한에서 왔다며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할 수 있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또 “북한 인원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한 것으로 1차 진술했다”면서 “2명은 인민복과 전투복 차림이었지만, 4명 모두 민간인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계 실패와 이후 군·경 및 정부의 대응 미흡으로 불신이 높아진 상황. 2012년에도 북한군 병사 1명이 아무런 제지 없이 강원 고성 지역 철책을 넘어 우리 군 GOP까지 와서 문을 두드려 귀순한바 있다. 2014년에는 북한군 귀순자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날이 새길 기다렸다 넘어온 사건도 있었다. 이번 사건이 이들 ‘노크 귀순’과 ‘대기 귀순’의 ‘해상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두에 접안해 우리 당국을 기다렸으니 ‘정박귀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지난 17일 언론 설명에서 발견 지점을 부두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한 것은 해양경찰(해경)로부터 방파제 인근이라고 통보를 받았고, 국정원 주도의 합동 조사 내용이라 얘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목선의 표류를 얘기한 것은 군 레이더가 발견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은 앞서 파고가 1.5~2m여서 선박 높이 1.3m 보다 높았고 기동도 없었기 때문에 포착이 어려웠다고 설명한바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이 처음부터 발견 지점에 대해 알면서도 이를 밝히지 않다,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뒤늦게 밝혀 축소·은폐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당시 군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고 해상 감시의 어려움만 설명한건, 군의 경계 실패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척항으로 진입할 때 육군과 해경 등의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우리 어선으로 오인했다는게 군의 설명이다. 전날 통일부는 해당 목선을 선장 동의 하에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현재 해군 동해 1함대사령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합참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감시 정찰하는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그러나 동해상이 워낙 넓은 해역이고 북한에서 내려온 목선이 1.8톤, 또 파도가 한국에서 내려온 목선보다 높이 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의 해상 감시 정찰 능력에 한계가 있어 감시·정찰 장비를 신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합동신문 결과에 따라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선 질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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