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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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통째로 수입…군용 정찰위성 `무늬만 국산`
 
독자 개발 사실상 포기 / 야간정찰 센서등 중요기술
유럽업체 TASI社와 계약
부처간 주도권 다툼에…5년 허비한 `자주국방`
 
[대한안전 김동환 기자] 1조2200억원 규모 군용 정찰위성 국산 개발사업이 당초 목표와 달리 핵심 기술을 통째로 수입하는 `무늬만 국내 개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이나 구름 낀 날씨에도 지상 목표를 촬영할 수 있는 전천후 관측 영상 레이더인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국내에서 개발하기로 했는데 우리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자 뒤늦게 개발 방향을 뒤집은 것이다. 군은 SAR 위성 핵심 부분을 유럽 업체(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이탈리아·TASI)가 제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군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자주 국방의 눈`인 독자적 감시능력 확보를 위해 자체 정찰위성을 2020년대 초중반까지 갖춘다는 계획이다.
 
12일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방위원회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군은 SAR 위성 4기를 제작할 계획인데, SAR 센서와 데이터링크 부분을 유럽 위성제작 업체인 TASI가 책임지고 제작하도록 했다. 정찰위성에서 센서와 데이터링크는 가장 핵심적인 분야로 평가된다. 주야간 전천후 정찰위성의 핵심 부분인 TASI가 만든 탑재체(페이로드)를 고스란히 우리나라가 제작한 위성에 탑재한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보고 내용은 △위성 설계·조립·발사 등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연구개발하고 △시제품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컨소시엄이 제작하는 것이다. KAI 컨소시엄에서 TASI 역할은 기술 지원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사실상 SAR 위성은 TASI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위성 전문가는 "센서와 데이터링크가 SAR 위성의 전부"라며 "TASI가 책임지고 제작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기술을 이전하거나 실질적인 기술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위성 제작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TASI에 있기 때문에 원천기술에도 손을 못 댄다.
 
군은 다음주 ADD와 KAI 컨소시엄 간에 정식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군은 정찰위성 국내 개발사업에서 국산화 목표를 45%로 정했다. 그러나 핵심 기술이 빠진 상황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부분 위주로 국산화 비율을 높여 45%에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군의 정찰위성 개발사업은 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 1기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이다.
 
보통 `425사업`이라고 부른다. SAR(사)와 EO(이오)를 가지고 만든 명칭이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ADD 주관 연구개발이지만 국내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에 국외 기술협력을 하기로 정부 차원에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자주 국방의 눈`으로 불리는 독자 정찰위성 개발 사업(425사업)이 핵심 기술을 외국 업체에 돈을 주고 사 와서 제작해야 할 처지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던 2013년에 `425사업` 추진이 결정됐으나 사업을 어느 부처가 주도할 것인지를 두고 국방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툼을 벌였다. 결국 2018년 말이 돼서야 개발을 위한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해도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바로 국내 기술 수준이 턱없이 부족해 외국 위성 제작업체 기술을 거액을 주고 사 와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한 위성 전문가는 12일 "425사업이 국내 개발이라고는 하지만 핵심 기술은 외국에서 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주야간·전천후 정찰에 필요한 군사용 위성 기술은 우리나라가 개발해본 경험이 없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핵 능력이 고조됨에 따라 킬체인 구축 요구가 커졌고 군은 독자 정찰위성 개발을 서둘러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군 소식통은 "독자적 정찰위성을 확보해야 북한 이동식 발사대(TEL)가 어디서 움직이는지 한국군 자체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을 달성하는 데도 425사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 조건 중 하나인 북핵 관련 초기 대응 능력 확보를 위해 우리 군이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스스로 파악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은 기존 계획보다 5년 이상 늦어진 425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 유럽 위성 제작업체인 TASI에서 전천후 관측 영상 레이더인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용 핵심 부분을 수입하기로 했다.
 
수입한 핵심 부분 가운데 일부는 국산화를 한다고 방위사업청은 덧붙였다. 방사청 관계자는 "SAR 센서의 제어장치 등과 데이터 처리 장치 국산화를 추진한다"며 "TASI와의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구성품 등을 국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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