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대우건설 인수 포기로 다시 미궁속으로

기사입력 2018.02.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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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대우건설 인수 포기로 다시 미궁속으로
 
해외손실 3천억 추가로 나와…대우 실적발표후 전격 철회
IB업계 "부실 더 있을수도"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철회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인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대우건설의 대규모 국외 손실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을 기준으로 단독 응찰했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손실이 나타나자 무리한 인수는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대규모 국외 손실 공개와 관련해 "호반건설이 현장실사를 못한 상태에서 이런 대규모 부실을 알게 돼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며 "대우건설에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처럼 큰 손실을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직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이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은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 매각이 결렬돼도 양측에 큰 문제는 없는 상태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가며 작년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 영업이익도 4373억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조9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한 반면 영업적자가 1432억원 발생했다. 당기순손실도 1474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3분기 누적 855억원에 불과했던 국외 사업장 손실 규모가 연말에는 4225억원까지 급증한 셈이다. 산업은행조차도 해당 손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실적을 발표 이전에는 우리 측에서 알 수가 없다"며 "매각 주간사나 호반건설도 3분기 실적 기준으로 (인수 가치를) 판단했으며 모로코는 돌발 상황이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국외 현장의 손실이 모로코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모로코 사피 발전소는 지난해 3분기에도 230억원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아무리 재무력이 탄탄한 호반건설이라 하더라도 대우건설의 국외 사업장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하면 타격이 크다.
 
실제 호반건설은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서 금융기관 차입보증서 없이 계열법인의 자금 증빙만으로 1조5000억원을 제출했을 정도로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다.
 
하지만 이처럼 '현금 부자'로 꼽히는 호반건설조차 대우건설의 국외 부실은 부담이다. 특히 국외 현장에는 돌발 상황들이 늘 잠재해 있고 많은 건설사가 사전 예고 없이 국외 부실을 순차적으로 반영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도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호반건설이 발을 빼면서 45년 전통의 글로벌 건설사의 '새 주인 찾기'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1973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설립한 대우건설의 고난이 시작된 것은 1999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당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004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다. 금호아시아나가 지분 72.1%를 6조6000억원에 사들이면서 대우건설 앞날도 밝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졌다.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인수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금호그룹이 해체 위기를 겪었다.
 
대우건설은 2009년 또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2011년 산업은행이 지분 50.7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대우건설 매각 공개입찰을 시작했다. 호반건설을 포함해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는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당시 호반건설은 당장 지분 전량을 모두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40%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는 3년 후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40% 인수가로 주당 7700원을 제안했다. 
이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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