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선작업자 역학조사결과 기준치보다 높은 전자파에 상시 노출"

기사입력 2018.01.1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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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활선작업자 역학조사 결과
"작업자 기준치보다 높은 전자파에 상시 노출"
2016년 18명 집단 산재신청, 어떤 영향 줄까

고압전류를 다루는 활선작업자들이 국제기구가 정한 '직업인 노출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전자기장(전자파)에 노출돼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6년 암이나 뇌심혈관계질환에 걸린 활선노동자 18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집단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바 있다. 현재 역학조사가 마무리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이번 역학조사 보고서가 질병판정위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0일 '활선작업자 건강상태 및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공단은 지난해 새로운 직업성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종·직군을 대상으로 건강장해와 위험요인 분포 경향을 조사했다. 총 3건의 연구가 실시됐는데, 이 중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돼 있는 활선작업 노동자 건강장해 여부를 파악한 결과다.
 
연구원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활선작업장 8곳(직접활선·임시송전공법·직접송전공법)에서 일하는 전기원 28명과 사선작업장 두 곳에서 일하는 전기원 9명을 대상으로 극저주파 자기장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단 1명만 작업시간 동안 10마이크로테슬라(μT·EU에서 정한 전자파 강도 기준 규격) 미만의 자기장에 노출됐고, 대부분 10μT를 넘는 자기장에 노출됐다. 100μT를 초과하는 자기장에 노출된 작업자는 24명(65%)이었고, 1천μT를 초과하는 작업자도 2명이나 있었다. 이는 변전소 근무자(0.43μT), 용접작업자(0.95μT), 반도체공장 노동자(0.78μT), LCD공장 노동자(0.51μT)의 자기장 평균 노출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배전 작업자들이 100∼300μT의 자기장에 수시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 1천μT를 초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며 "이 조사 결과로 볼 때 여름철·겨울철 또는 지역적으로 전류량이 큰 선로에 근접해 배전작업이 이뤄진다면 수시로 고수준의 자기장에 노출될 수 있고, 우리나라 전자차인체보호기준뿐만 아니라 국제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자기장에도 노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는 전자기장 노출이 활선작업자들의 건강장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 확증적 증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문헌상으로는 전자파와 직업성질환의 과학적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역학적 증거, 실험 연구의 증거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볼 때 전자기장 노출과 관련해 건강영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 확증적 증거는 부족하다"며 "하지만 성인의 암, 퇴행성 신경질환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활선작업자 집단 산재신청, 질병판정위는 어떤 선택할까
 
현재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는 2016년 6월 말 전기원 노동자 18명이 신청한 산재에 대해 심사를 하고 있다. 건설노조가 같은해 2월부터 석 달 동안 실태조사를 해서 확인한 암·뇌심혈관계질환·갑상선질환자 79명 중 18명이 산재를 신청했다. 이들은 뇌종양(2명)·비강암(1명)·갑상선암(3명)·대장암(1명)·식도암(1명)·위암(3명)·심근경색(2명)·뇌경색(2명)·뇌출혈(1명)·무릎관절염(1명)·흉추골절(1명)을 앓고 있었는데, 활선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에 의해 발병했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이번 보고서는 질병판정위 심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가 전자기장 노출과 건강장해 간 연관성이 명확치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활선노동자들의 건강이상을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역학조사 결과에서 관련성이 분명치 않다고 했는데 질병판정위에서 뒤집힌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직업성질환 관련 대법원 판례 경향은 역학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이른바 '유해물질 복합노출의 상가작용'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소송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 후 7년이 지나 뇌종양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 이윤정씨에 대한 업무상재해를 대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씨가 사업장에서 약 6년2개월 동안 근무하는 동안 여러 가지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고, 발암물질의 측정수치가 노출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 등 기타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역학조사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 등에 대한 노출 수준이 측정되지 않았더라도 이씨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역학조사 자체의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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