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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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 상장 요건 완화 문턱 낮춘다.
경제안전 청신호? 양날의 칼 될까?
"상장 문턱 낮추기-투자자 보호는 동전의 양면"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하면서 '제 2의 코스닥 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들은 상장 요건 완화로 자금 조달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반면 상장이라는 양적 성장에만 치우칠 경우 투자자 보호가 미흡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2000년대 초 세계적인 인터넷 붐과 함께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으로 호황을 누리던 코스닥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고, 혁신·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대책을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코스닥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연기금 벤치마크 지수 변경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증권 관계기관은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조성해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코스닥 상장 문턱도 낮췄다. 정부는 혁신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상장 요건 중에 하나인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 , '자본잠식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폐지했다. 세전이익과 시가총액, 자기자본만 충족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단독상장 요건을 신설하는 등 진입 요건을 다변화했다.
 
적자기업이지만 장기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업의 상장을 돕는 이른바 '테슬라 요건'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한 경우 상장주관사의 풋백옵션 부담을 면제했다. 폿백 옵션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 후 1~6개월간 개인 청약자에게 공모가의 90%로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비상장 외감대상 기업 중에 2800개 기업이 잠재적 상장대상으로 신규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혁신기업들은 코스닥 랠리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상장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문턱을 낮추면 2000년대 초처럼 부실 기업들이 대거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정보기술(IT)주 붐을 업고, 세제지원을 포함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고, 코스닥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코스닥 시장은 랠리를 이어가면서 호황을 누렸지만 미국 나스닥의 첨단기술주가 폭락하면서 코스닥 거품도 꺼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년대 IT 버블로 많은 기업들이 상장됐지만 주가가 떨어지면서 망한 데다 회사의 성장보다는 주가 띄우기에 혈안이 됐던 대주주의 태도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을 15년 내내 외면했다"며 "상장 문턱을 낮추면서 4,5년 후에 똑같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과 투자자 보호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상장 기준을 낮춰 문제 기업이 많이 들어오면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좋은 기업을 올리고 나쁜 기업도 퇴출시키는 것이 코스닥 활성화의 골자인데 이번 대책은 나쁜 기업도 다 올라가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상장 활성화에 초점을 둔다면 기준에 못 미치는 회사에 대해 상장을 거부하는 투자자 보호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했다.
 
정부는 그러나 일각의 우려를 반영, 상장 실질심사 대상을 확대하는 등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최대주주 등의 책임 경영을 유도하고 상장 주관사의 불건전 행위 방지를 위한 보호예수 의무도 강화했다. 아울러 자본시장조사단의 위상을 강화하고 조사·적발 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해 불공정거래 근절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상장실질심사 대상은 다 들어오고 나서 엉망이 된 다음에 쫓아낼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무엇보다 실력이 안 되는 기업을 못들어오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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