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가보니 미세먼지보다 석회가루에 고통

기사입력 2017.09.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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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석회 광산.jpg
(사진) 삼척시 적노리 산중턱의 삼표동양시멘트 46광구.  40여년 간 석회석 채굴을 위해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내려간 거대한 나이테 흔적
 
삼척 가보니 미세먼지보다 석회가루에 고통
 
"발생하지도 않을 미세먼지 핑계로 삼척과 약속한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서 주민들은 석회석 폐광의
비산먼지와 오폐수 때문에 먼저 죽겠습니다."
 
정부가 26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으로 공정에 착수한 삼척 화력발전소 연료를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것을 협의하겠다고 발표하자 현지 반발은 거세다. 삼척 부지와 사업권을 2014년 동양시멘트로부터 인수한 포스코에너지는 약 5600억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5월에 집권하며 상황은 급반전했다. 노후화된 화력발전은 물론이고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친환경 화력발전까지 미세먼지 원인으로 싸잡아 지목하며 사실상 발전소 건설이 무기한 중단된 것이다.
 
실제로 찾아가 본 삼척 부지는 옛 시멘트 광산을 자연으로 복원하지 않아 황폐한 가운데 주민들 마음까지 황량하게 만들고 있었다.
 
김창영 삼척환경단체연합 회장은 "바람 부는 날이면 비산먼지가 산 중턱을 하얗게 물들인다"며 "산을 뒤덮은 먼지는 인근 주민과 삼척시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정확한 지명은 삼척시 적노리 산중턱의 삼표동양시멘트 46광구. 40여년 간 석회석 채굴을 위해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내려간 흔적이 또렷하다. 석회석을 채취한 흔적만 거대한 나이테처럼 자연에 상처를 남겼다.
 
축구장 90여개 넓이의 이 폐광 위를 덤프트럭이 달리자 석회석 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폐광의 환경훼손은 심각했다. 46광구 한복판에 빗물이 고여 30m 깊이로 형성된 거대한 물웅덩이가 칼데라호(화산호수)처럼 만들어졌다. 김창영 회장은 "저 수십만톤 물이 썩어 주민 식수를 오염시키는데 지금 한가하게 생기지도 않은 미세먼지 탓으로 친환경 발전소 공사를 막는다는 게 기가 막히다"고 했다.
 
인근서 양식업을 하는 박경복씨는 "웅덩이에 고인 석회석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백화현상(바닷물 속 탄산칼슘이 고체 상태로 해양생물이나 해저 바위 등에 하얗게 붙는 현상)이 심해졌다"며 "이제 해역에선 물고기도 안 잡힌다"고 한숨 쉬었다.
 
포스코에너지가 지으려는 발전소는 친환경을 표방한다. 2100MW(1050MW 2기) 규모인데 여기에 친환경 설비 5000억원을 더 투자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이러면 기존 발전소와 달리 미세먼지가 73% 줄고 대표적인 오염 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은 각각 87%, 85% 감소한다. 발전 부산물인 석탄재(연간 60만톤)과 탈황석고(연간 30만톤)도 인근 삼표시멘트에서 전량 재활용한다.
 
환경단체 다른 관계자는 "기존 방식의 발전소가 들어선다 해도 최소 석회가루가 날리는 지금보단 나을 것"이라며 "삼척과 다른 화력 발전소 부지 환경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삼척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앞서 삼척시민 중 96.7%는 발전소 건립에 지지의사를 보냈다.
 
사실 발전소 건설은 지역 주민들의 경제 생태계가 걸린 문제다. 인구가 30만에 육박했던 이곳은 최근 7만명 선이 무너졌다. 공업지대가 미비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저녁 시간대 시내에선 인적이 드물어 을씨년스러웠다. 김병호 삼척상공회의소 사업부장은 "경제를 돌리던 시멘트 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어 젊은이가 사라졌다"고 했다.
 
삼척과 주민에겐 발전소 건설이 그래서 절박하다. 현지 상공회의소는 건설 공사가 다시 시작될 경우 하루 1500~3000명의 젊은 인력이 6년간 투입돼 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완공 후 발전소가 운영되는 30여 년 동안엔 발전소 및 관련 사업에서 정규직 12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총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김 부장은 "도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삼척에 화력발전소 건립은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는 희망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정부가 삼척 발전소 2기를 포함해 당진 SK가스 건설분까지 총 4기의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는 것을 협의하기로 하면서 발전소 건설 논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삼척은 이를 사실상 화력발전소 백지화로 받아들인다. 김대화 삼척시 사회단체협의회 회장은 "LNG 발전의 원가는 화력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높고 화력과는 달리 고용인원이 필요없다"며 "사업적으로는 포스코에 불리하고, 주변 경제와 주민들에게도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에너지는 6년간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이중엔 석탄 원료 수급과 관련해 항구를 열면서 주변 해안가와 해수욕장 등 관광인프라 조성비용으로 2000억~3000억원 이상을 계획했다. 하지만 집행비용 보전도 없이 LNG 발전으로 전환할 경우 이미 투자한 5600억은 고스란히 손상처리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에너지가 LNG 발전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석탄은 사실상 24시간 돌아가는 기저발전이고, LNG는 기저발전이 부족할 때나 운용되는 보완재다.
 
수조원을 투자한 프로젝트가 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면 건설 자체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전력 수요지에서 발전소가 멀어질수록 송전 및 가스배관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발전단가가 낮은 석탄발전은 해안가 등에 짓는 것이 부지비용 등을 감안해 이득이어서 이곳 삼척이 십수년의 검토 끝에 석탄화력 부지로 선정된 것이라 이를 갑자기 LNG로 전환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창영 회장은 "화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인구 유입에 대비해 삼척시에는 이미 대규모 신규 아파트 5개 단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가 LNG 발전을 강요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삼척이 유령도시가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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