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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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전쟁 벌어지는 부산…향토기업 '대선주조'의 반격
 
부산에서 경남 지역 기업 간 소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 ‘처음처럼’의 점유율이 10년 가까이 50대 20으로 굳어진 수도권 등과 달리, 부산지역 소주 점유율은 각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영향으로 분기마다 춤추듯 움직이고 있다.
 
부산지역 소주 전쟁의 중심에 선 기업은 대선주조다. 1930년 설립된 부산 향토기업 대선주조는 80여 년간 부산지역 맹주로 자리하다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2008년 이후 마산 향토기업 무학 (20,850원▼ 100 -0.48%)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대선주조 점유율은 한때 10%대까지 추락했다. 고전하던 대선주조는 올해 초 증류식 소주 원액을 첨가한 ‘대선블루’를 내놓은 뒤 반격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두 지역기업 간 자존심 싸움에다 전국구인 참이슬의 하이트진로까지 3개 회사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면서 승자가 누가 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대선주조는 부산지역 내 점유율이 올 초 20%에서 7월 34.6%로 올랐다고 밝혔다.
 
대선블루는 알코올 도수가 16.9도로, 2014년 출시한 ‘시원블루’를 리뉴얼한 제품이다. 도수가 다소 낮으면서도 증류식 소주 원액을 일부 첨가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대선주조 측은 설명했다. 벌꿀과 천연 감미료 토마틴을 넣어 쓴맛도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주조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대해 경쟁사들은 “일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무학은 자사 점유율이 아직 80% 안팎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하이트진로 (25,800원▲ 150 0.58%)도 ‘참이슬16.9(부산지역에서 판매되는 참이슬)’의 점유율이 10%를 소폭 넘는다고 했다. 3개사를 합치면 100%를 훌쩍 넘는 상황이다.
 
다만 무학의 시장 장악력이 일부 떨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학은 2분기 매출이 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48.3% 급감했다. 무학의 영업이익은 증권업계 추정치(140억원 안팎)의 절반에 그쳤다. ‘어닝 쇼크’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분기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가 138억원으로 전년 대비 53.9%나 늘었다”면서 “부산지역에서 벌어진 과열 경쟁 때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무학이 ‘좋은데이’를 통해 수도권을 공략하려고 애쓴 사이 안방 시장을 일부 놓쳤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라도 향토 기업인 보해양조 (1,030원▼ 5 -0.48%)가 ‘아홉시반’, ‘잎새주’로 수도권을 공략하려다 안방 점유율이 떨어졌다”면서 “무학 또한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대선블루를 비롯해 신제품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면서 “대선주조가 부산 향토기업인 만큼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주조 제공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무학은 좋은데이를 많이 팔지 못하면 퇴사하겠다는 각서를 임원들한테 받아 물의를 빚었고, 대선주조 또한 사즉생(死卽生·죽고자 하면 살 것)의 각오로 이번 여름을 보내고 있다”면서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유율에 비해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무학 좋은데이는 병에서 담뱃재 등 이물질이 발견되는 악재를 맞기도 했다. 병 재활용 과정에서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것이다.
 
1930년 설립 이후 60년 넘게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했던 대선주조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오랜 기간 혼란을 겪었다.
 
IMF 직전 오너 일가는 골프채 제조업, 안경업 등 이종 산업에 관심을 가졌고, IMF 이후 보증을 섰던 계열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대선주조는 화의(부도 위기 때 법원의 중재로 채무변제협상 등을 체결해 부도를 피하는 것)를 거쳐 2002년 상장폐지됐다.
 
이후 대선주조는 잠시 채권단 관리를 받다가 2004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에 인수(600억원)되면서 정상화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2008년 약 3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회사를 사모펀드 코너스톤에 팔았다. 이때부터 부산 지역 소비자들은 “대선이 우리를 배신했다”며 무학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곤욕을 겪은 코너스톤은 2011년 부산 향토기업이자, 부산 대표 제조업 그룹 중 하나인 BN그룹에 대선주조를 1670억원에 매각했다. 금속 및 철강업체 BN그룹이 인수한 뒤로도 한동안 고전하던 대선주조는 올 초부터 거센 반격을 나섰다.
 
대선주조를 이끄는 인물은 조우현 대표다. BN그룹 창업주이자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인 조성제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조 대표는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맛을 강조한 대선블루 출시를 기획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조 대표 취임 이후 대선주조 임직원들은 부산 시내에서 “부산 소주를 살려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삼보일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수도권 공략을 추진할 생각이 없으며, 부산을 비롯한 경남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대선블루 출시 당시 “대선블루를 부산이 사랑하는 소주로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대선주조의 조모회사(모회사의 모회사)인 비엔철강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대선주조로 오기 전까지는 BN케미칼 대표로도 일했다. 현재로서는 BN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인 조수현 대표는 그룹 내 창투사인 BK인베스트먼트 대표만 맡고 있다. BN그룹 계열사는 총 12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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