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12(목)
 

정치안전

 

 

김 여사 관련 등 3대 요구, 대통령실 사실상 수용 거부 

회담 후 한 대표 표정? "어두워 확인 못해" 코미디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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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한안전신문 홍석균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21일 회동은 아무런 성과도,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수많은 악재가 산적해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권은 이를 돌파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소위 '윤한 갈등'으로까지 불렸던 당정 갈등은 물론이고, 여당 내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의 알력 다툼도 거세질 전망이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여권은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이날 회동은 당초 한동훈 대표가 요구했던 '독대'가 아니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형태였다. 만남은 이날 오후 454분부터 대통령실 내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진행됐다. '노 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한동훈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고, 10여 분간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불렀다. 이날 차담 메뉴로 윤 대통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동훈 대표는 제로 콜라를 마셨고 과일이 곁들여졌다. 한 대표의 제로 콜라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 콜라를 준비하라'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막상 진행된 차담에서는 그렇게 훈풍이 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2시간 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던 차담은 1시간 20여 분만에 끝났다. 한동훈 당 대표가 국회로 돌아와 직접 기자들과 간담회 형태로 결과 브리핑을 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으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태로 소식을 전하게 됐다.

 

국민의힘 브리핑은 박정하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한 대표로부터 구두로 전달 받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다시 전하는 형태였다. 박 비서실장은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에게 크게 3가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와 관련해 앞서 밝힌 세 가지 방안, 즉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사항들 설명 및 해소, 그리고 특별감찰관 임명의 진행 필요성"이었다. 세 번째는 "여야 의정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이었다.

 

그는 한동훈 대표가 "이와 더불어 우리 정부의 개혁 정책,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지지하고 당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렸다"라며 "다만, 개혁의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에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 정책에 있어서 당··대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박 비서실장이 밝힌 내용은 한동훈 대표 본인이 이미 예고한 내용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예상됐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날 회동의 핵심은, 이같은 한동훈 대표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얼마나 수용할지에 달려 있었다. 현장의 기자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진 이유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땠는지,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용산은 어떤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당은 파악하는지,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었는지 등 물음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당은 아무런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다.

 

박정하 비서실장은 "제가 대통령 말씀을 옮기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제가 배석하지 않았다" "(한동훈 대표가) 특별히 말씀 없었다"라는 답을 돌림노래처럼 반복했다. "대표가 충분히 말씀을 드렸고, 이에 대한 반응이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전달받은 바가 없다"라며, 한 대표가 전달해준 내용 외에는 아는 것도, 들은 것도 없으니 답할 게 없다는 이야기였다.

 

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측과 관계된 질문에는 "용산에 확인해 보시라"라고 답을 미뤘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긍정 혹은 부정적인 답을 했는지, 아니면 답하지 않고 침묵했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차담을 마치고 나온 한 대표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어땠는지 묻는 말에는 "해가 다 진 상황이라서 제가 대표 표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라며 "깜깜"하다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현장에서 '에이' 하는 야유성 탄식마저 나왔다.

 

당초 일부 언론에 보도된 대로 한동훈 대표가 직접 브리핑에 나서지 않은 게, 결국 분위기가 좋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자 박 비서실장은 "저는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라고 거리를 뒀다. 박 실장은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두면서도 "제가 '대표께서 직접 브리핑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하시는 거는 지나치게 과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짤막한 브리핑을 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이날 면담에서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을 시작하기 전 산책을 하고, 면담에서 대화 주제 제한 없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 "두 분이 파인그라스에 들어가고 나갈 때 표정도 밝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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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분 윤·한 면담 '빈손'... 아무런 성과없이 단초마련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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