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주택용 빼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 검토
[대한안전신문 양현철 기자] 정부와 여권 내에서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일정 규모 기업에만 해당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겠다는 의도다.
6일 정부와 여권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용(을)’에 대한 적정 수준의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을) 요금제는 광업·제조업 및 기타 사업에 전력을 사용하는 고객으로서 계약 전력 300킬로와트(㎾) 이상에 적용된다.
정부가 일반용·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인상하지 않고 산업용만 인상하는 방향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내년 4월 총선과 한국전력의 재무위기 상황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전력 업계 안팎에선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싸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h)당 95.6달러로 OECD 평균인 115.5달러에 못 미쳤다.
특히, 2021년부터는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적자는 불어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 킬로와트시(㎾h)당 전력도매가격은 2021년 94.34원에서 지난해 196.65원으로 100원 넘게 급등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49.6원 올리는 데 그쳤다.
낮은 전기요금이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확대되는 점도 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한국산 철강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을 내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분기에도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이 내는 요금제는 주택용보다 두 배 넘게 올렸다. 당시 정부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에 전기절약을 집중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수요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 주택용 인상분(㎾h당 7.4원)보다 9.2원이나 더 올렸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기 판매 비율은 54%로, 주택용(15%)과 일반용(23%)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인상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현재 막바지 이견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