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염색산단서 황산가스 누출…
인근 직원 23명 대피 소동
13일 오전 8시 46분쯤 황산가스 누출 신고 접수돼
원인 미상의 화학반응 탓으로 추정
서구청은 소극적 대응…안내문자도 안 보내
13일 오전 8시 46분쯤 대구염색산업단지 내 폐수처리장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도중 황산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과 경찰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13일 오전 8시 4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염색산업단지내 폐수처리장에서 황산가스가 누출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대한안전신문 명덕수 기자] 대구 서구 비산동의 염색산업단지 내 폐수처리장에서 황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벌어져 인근 시민들이 급하게 대피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13일 오전 8시 46분쯤 염색산업단지 폐수처리장에서 황산 가스가 누출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원 176명과 장비 35대를 투입해 오전 9시 30분쯤 저장 탱크 주요 밸브를 잠그고 누출을 멈췄다.
이 사고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직원 23명이 긴급 대피했다. 누출된 장소 바로 옆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는 50대 A씨는 "암모니아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경찰과 소방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며 "갑자기 소방대원이 대피하라고 해서 나왔다. 지금 직원 상당수가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소방당국과 환경청 등은 황산을 보관하는 저장탱크 안에서 가스가 대기로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장탱크 안에서 일어난 원인 미상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황산 일부가 흘러넘쳤다는 설명이다.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에 기존 황산 40t이 들어있던 저장탱크에 23t을 더 넣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준만 대구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 공업연구사는 "원래 황산 자체는 증기가 나지 않는데 진갈색을 띠며 증기가 난 것은 이상반응으로 추정된다"며 "염색산단 인근 대기를 분석한 결과 누출이 된 사업장 이외 지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소방당국은 탱크로리 차량 등을 이용해 잔류 황산 가스를 회수하고 중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성철 대구소방안전본부 119특수대응단장은 "정확한 사고원인과 누출량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누출된 양 자체가 소량이고 사업장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구청의 소극적인 사고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에 명시된 '주민고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례에 따르면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구청장은 즉시 이를 주민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서구청 관계자는 "파악된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혼란이 초래될 경우에는 즉시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며 "추후 정확한 조사를 거쳐 인터넷에 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