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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선거구제’ 개편, 이번엔 꼭 성공해야
- 현역의원들, 소아적 기득권 양보하고 대승적 결단을 새해 벽두에 정치권에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대형 화두가 던져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목소리로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진 국회의원을 비롯해 소선거구제의 꿀단지를 품고 있는 기득권 정치인들이 문제다. ‘중대선거구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주의 극복과 다양성 수렴,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로 떠올라 있다.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현역들은 이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정치개혁의 골간이다. 윤 대통령은 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이어서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김 의장은 이날 ‘선거구제 개편 방향’을 묻는 기자 질문에 “호남당 경북당이라는 지역 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등 그래서 여러 가지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쭉 있었다”고 전제하고 “호남이나 대구 경북에서도 소수지만 그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정개특위가 복수의 안을 만들고 이를 한두 개로 추려 그것을 가지고 2월 한 달 내내 국회의원 전원위원회에서 그 문제를 충분히 다뤄서 300명 국회의원 중에 200명만 서명을 받으면 찬성을 하면 그 안 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동안 선거구제 개편 이야기가 나올 적마다 ‘그림 속의 떡’처럼 취급돼온 이유는 명백하다. 자기 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개편안에 찬성할 현역 정치인들이 없기 때문이다. 위성정당의 대거 출현, 기득권 정치의 강화 등 의외의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선거구 개편은 문자 그대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하지만 세상에 부정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지고지순한 제도가 어디에 있겠나. 문제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으로 보완해나가면 된다. 과다 대표된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틀어쥐고 적대적 공생을 이어나가는 우리 정치를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직업도 천차만별, 생각들도 천양지차, 가치관도 각양각색인 현대인들을 언제까지 두 갈래로만 줄 세워 가둘 것인가. 승자독식과 선거 결과 불복의 망국적 풍토를 무슨 명분으로 이대로 그냥 둘 참인가. 최근의 정치 상황으로 볼 때 지금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구제 불능의 국민적 골칫거리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다. 행정수반과 국회 수장이 이구동성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작금 상황은 절호의 기회다. 지금 해야 한다. 모처럼 떠오른 최대의 정치개혁 화두 앞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겸허해지길 당부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한 대의를 좇아 소아병적인 기득권 의식을 깨는 용단을 내리길 부탁한다. 더 이상 민심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말라.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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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선거구제’ 개편, 이번엔 꼭 성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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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의 금융지원과 회생방안
-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기업부채가 증가한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부동산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기로 소문난 재벌 대기업들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방위로 자금 확보에 나설 정도이다. 한때 유니콘으로 칭송받으며 엄청난 투자금을 모으던 벤처기업들은 운전자금이 마르면서 헐값에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심지어 돈 장사하는 증권회사도 단기자금 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에 허덕여 한국은행이 긴급 지원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 와중에 중소기업의 유동성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지속 상승하여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중소기업 신규대출의 금리는 2021년 6월 2.85%에서 2022년 9월 4.87%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825조4000억 원에 달하는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1.6%로 금리가 1%포인트(p)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5조9000억 원 증가한다. 올해 들어 2%p 이상 대출금리가 올랐으니 중소기업의 총이자비용 부담이 12조 원가량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3%인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이자 부담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계속 금리가 올라갈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대거 늘어날 것이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은 코로나 금융지원으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적용받은 중소기업이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적용받은 중소기업 차주는 9만6846개사이고, 유예기업의 전 금융권 여신은 284조1000억 원(평균 여신 29억3000만 원)이며, 이 중에서 은행 대출은 263조3000억 원으로 92.7%를 차지한다. 유예기업에서 이자보상비율이 1 이하인 취약기업 비중을 30%로 가정할 때, 취약기업의 은행권 대출잔액은 79조 원(유예기업 은행권 대출 263조2000억 원의 30%)으로 추산된다. 이런 취약기업을 대상으로 이자비용 경감뿐 아니라 채무조정과 사업재편 등의 정상화 지원이 시급하다. 정부는 고금리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금융 애로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9월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원금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최대 3년 연장해 주었다. 더불어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리 수준을 낮춘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9월 30일부터 도입하였다. 대출한도 50억~100억 원에 최대 1.0%p 감면하는 금리우대 대출로 기업은행 4조 원, 산업은행 2조 원의 총 6조 원 규모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런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악화하자 10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가적인 자금지원 대책을 발표하였다. 일시적 경영 애로 기업이 3고(高금리·高물가·高환율)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대보증금리 대출, 원자재 구입 운전자금 특례대출, 수입신용장 만기연장 등으로 12조 원을 지원한다. 취약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업구조 개편자금 등으로 7조4000억 원을 공급한다. 내년까지 계속 금리가 인상될 추세에 대응하여 중소기업의 이자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추가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조치는 적절하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경영활동이 제약받아 자생력이 손상된 중소기업의 누적된 채무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서는 만기연장이나 추가대출만으로 부족하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기업에 단순히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이자비용만 경감시켜주는 것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영업부진 중소기업의 부실·파산 가능성이 상승하여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부실리스크를 연장하여 대출규모가 확대되면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시점에 더 큰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지며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런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좀 더 파격적인 채무조정 대책이 필요하다. 부채상환이 곤란한 폐업·부도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고 탕감해주기 위해 약 3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배드뱅크인 ‘새출발기금’을 설립하였다. 이처럼 취약 중소기업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배드뱅크를 설립해 채무조정 조치를 이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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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의 금융지원과 회생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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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C 갈등’으로 중단된 윤 대통령 출근길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런 출근길 문답을 잠정 중단한다고 21일 밝혔다. 대통령실이 어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처음 경험하는 신선한 일이었다. ‘구중궁궐’에 갇혀 국민들의 눈과 귀인 기자들이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게 청와대 대통령들이었다. 청와대의 관행과 결별하고 윤석열 정부가 연 ‘용산 시대’의 상징이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의중을 솔직히 들을 수 있는 도어스테핑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소통의 장이 잠시라도 중단된다고 하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이 국민 소통 자산인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은 비난을 감수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발단은 MBC가 비속어 논란을 확산시킨 데서 찾을 수 있다. 불편부당과 공정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공영방송 MBC는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이 ‘PD수첩’이란 프로그램에서 김건희 여사 대역을 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조작 논란까지 빚었다. 이후 대통령실이 MBC 기자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고, 지난 18일엔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선 윤 대통령을 향해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며 고함을 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대통령실은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등 ‘MBC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를 내놓았다. 공감 가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래서 MBC가 “특정 정당의 선전도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MBC 3노조의 내부 비판은 일리 있다. 하지만 아무리 MBC가 정치적 중립성에서 벗어난 보도를 했다고 해서 대통령실이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대한민국 언론 지형은 보수 정권에 유리하지 않다. ‘전용기 배제’라는 하책으로 ‘탄압받는 방송사’ 연출을 도운 건 우호적 지형을 더욱 좁힐 뿐이다. 많은 이가 박수를 보낸 국민 소통의 도어스테핑을 스스로 그만둔 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 방안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면서 상응 조치도 시사했다. 특정 언론사의 행태로 존폐를 결정하기엔 도어스테핑의 대국민 소통 가치는 소중하다. 대통령실 담당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해당 언론사의 대응도 주목된다. MBC의 추후 조치 여부에 관계없이 대통령실은 1층 현관의 가림막을 제거하고 도어스테핑을 조속히 재개해 국민 소통의 장을 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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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C 갈등’으로 중단된 윤 대통령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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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정부 신재생산업 비리, 수사로 철저히 밝혀내야
- 소문이 무성했던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산업 부실이 사실로 확인됐다.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공사비를 부풀리고 허위서류로 불법 대출을 받거나 무등록 업체와 계약을 하는 등의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무조정실이 전 정부 5년간 12조원이 투입된 ‘태양광지원산업’을 1차로 점검한 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전력산업 기반기금사업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2267건의 불법 집행으로 2616억원의 세금이 잘못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70%의 사업비(1847억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리에 집중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최근 3년간 실시한 태양광 금융지원사업 서류조사 결과 6509건 중 17%인 1129건에서 무등록 업체 계약 및 하도급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공사비를 부풀려 과도한 대출(71억원)을 받고 전자세금계산서가 아닌 종이계산서(70억원)로 대출을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가짜 버섯재배시설을 운영하며 34억원을 대출받아 불법적인 태양광 장비를 설치한 사례도 20여곳에 달했다. 국무조정실이 조사 인력 등의 이유로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 전체 사업비 12조원 가운데 2조 1000억원만 먼저 표본으로 조사했는데 드러난 비리가 이 정도였다.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문재인 정부가 5년간 태양광 사업 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국민의 혈세를 ‘눈먼 돈’으로 보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태양광 사업에 나랏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새고 있었다”고 탄식하며 남은 지자체와 관련 자금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특정 업체 장비를 구입한 사례 등 비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이 비리의 근본까지 낱낱이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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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정부 신재생산업 비리, 수사로 철저히 밝혀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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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교 위기에도 교사 늘리고 예산 쏟아붓는 방만한 교육
- 전교생 수가 30여 명인 폐교 위기 학교에도 교사 수가 증가하고 예산이 펑펑 늘어나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취재결과 서울을 포함해 전국 7대 특별·광역시의 지난 10년간(2011~2021년)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학생 수는 29% 감소했으나 교원 수는 오히려 늘거나 거의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교육예산액도 2020년 1292만원으로 2011년에 비해 110%나 상승했다.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올해 32명으로 2년 전보다 1명 줄었는데 교원 수는 15명으로 되레 3명이 늘었다고 한다. 예산 역시 3억1400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1% 증가했다. 폐교나 통폐합할 학교에까지 예산을 퍼주고, 줄여야 마땅한 교사 수도 되레 늘려주고 있으니 심각한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이 같은 방만행정이 벌어지는 것은 내국세의 20.79%를 재정 수요와 무관하게 지방교육청에 떼주는 경직된 교육교부금제도 탓이다. 1971년 도입한 교부금제도는 학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당시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학령인구가 급감한 현재로선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교육교부금은 세수가 늘면서 매년 증가해 올해는 81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돈벼락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추경예산에 따라 11조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 교육청들이 쓸 곳을 찾지 못해 대부분 기금으로 쌓아두기로 했다고 하니 황당하다. 문제는 이렇게 교육예산을 쏟아붓는데도 공교육은 여전히 부실하고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비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7월 교육교부금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미루고 대학에 일부(3조6000억원)를 떼주기로 하는 땜질 처방만 내놓았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교육계 반발 때문에 재정 악화의 주범인 교육교부금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학령인구·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해 교육교부금을 산정하면 2060년까지 1046조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재정 비효율을 유발하는 방만한 교부금제는 서둘러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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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교 위기에도 교사 늘리고 예산 쏟아붓는 방만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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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안전판 외환보유액 지속 감소, 위기감 가져야
- 우리 경제의 안전판인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 등 다른 통화자산의 가치가 낮아진 영향이 크다. 아직 우리 외환보유 규모가 커 유동성 부족의 가능성은 낮지만, 외환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신흥국 외환위기 리스크도 급속히 증폭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8월말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21억8000만 달러 줄었다. 올 들어 3월과 7월에만 약간 늘고 지속적인 감소세다. 작년말 4631억2000만 달러에 비하면 266억9000만 달러 쪼그라들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로 환율이 계속 오르고, 에너지 수입 부담 증대로 누적되는 무역적자가 외환보유액 감소 압력을 키운다. 환율 급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환당국은 올해 1분기에만 83억1000만 달러를 내다 팔았다. 최근 달러 강세가 더 심화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1200원 밑이었던 환율은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371.4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화 비상금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당연히 나온다. 우리는 외환 부족으로 국가부도 상황에 처했던 1997년 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트라우마가 깊다. 외환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현재 중국, 일본, 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 9위 규모다. 한국 통화가치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통화도 전반적인 약세다.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은 아직 양호하다. 또 해외의 빚보다는 투자 자산이 많은 대외 순채권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환율 급등 추세에,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 외국에서 1년 이하 만기로 빌려온 대출이 2분기 기준 1838억5000만 달러로 외환보유액의 41.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말 35.6% 수준에서 급격히 늘어 2012년 2분기(45.5%) 이후 최고치다.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달러로 외환시장의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아시아를 비롯한 남미, 아프리카 등의 신흥국들이 부채위기에 내몰리고, 자본 탈출이 본격화하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에 직면한 상황이다. 국제 자본의 안전자산 회귀 현상도 뚜렷하다. 위기의 방파제인 외환보유액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우리 경제의 건전성이 높고 현재 외환보유액의 완충 역할이 충분하다 해도 외부 충격에 여전히 취약한 구조다. 한국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셀 코리아’ 조짐도 뚜렷하다. 예전 금융위기 때는 한·미 통화스와프라는 버팀목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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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안전판 외환보유액 지속 감소, 위기감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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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 철저한 조사와 보완대책 시급하다
- 최근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더불어 전세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방지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토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합동으로 전국의 전세사기 의심사례를 수집, 분석해 경찰청에 제공한 자료는 무려 1만3천961건에 달한다. 전세사기의 수법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유형은 깡통전세 관련 사건에 연루된 경우로 임대인은 총 825명으로, 이들 사건의 보증금 규모는 1조5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임대인 A씨는 공인중개사와 짜고 500여명을 대상으로 총 1천억원가량의 깡통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임대인에게 주택을 매도하고 잠적해 수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유형은 먼저 HUG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이후에도 채무를 장기간 상환하지 않고 있는 집중관리 채무자 정보 3천353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에 해당하는 임대인은 총 200명으로, 대위변제액은 6천925억원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 중 26명의 임대인(2천111건·4천507억원)에 대해서는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에서도 최근 아파트나 오피스텔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주민 고소가 무더기로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경찰청은 8월26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미추홀구 등의 부동산중개업소와 임대업자 주거지 등 10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를 통해 전세에 관한 계약서 등 사기 관련 자료를 확보, 조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세사기가 조직화·지능화되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이 검찰에 보낸 사기 건수는 2020년 97건에서 지난해 187건으로 2배가 됐고, 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금이 2018년부터 금년 7월까지 1조6천억원이 넘는다. 전세사기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정보 부족을 악용한 사례로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크다. 이러한 전세사기에 대해 1일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전세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전세사기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피해자를 촘촘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우선 임차인에게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집의 적정 전세가와 매매가, 악성 집주인 명단, 공인중개사 등록 여부 등이 담긴 ‘자가진단 안심전세’(가칭) 앱을 내년 1월 내놓다는 것이다. 또한 세입자가 체납, 선순위 보증금 등의 확인을 요청하면 집주인은 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집주인이 거부할 수도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 공인중개사협회, 국회 등과 논의해 이런 의무를 강제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단속한 뒤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철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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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 철저한 조사와 보완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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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율 1300원 돌파, 경제위기 경각심 더 키우라는 경고다
- 2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이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봤던 수준인 13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나라 화폐와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한 나라의 대외구매력을 보여주는 척도다. 기축통화인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3년래 최저치로 급전직하했다는 건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심각한 일이다. 원화값 급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관리에도 큰 어려움을 준다. 실제로 5월에만 수입물가가 36% 폭등했다. 수입물가 급등으로 6월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엔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대외 가격경쟁력이 좋아져 수출 증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엔화가치가 24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수출경쟁국 통화도 덩달아 급락하면서 그런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원화 약세가 수출 증대에는 도움이 안 되고 물가만 자극하는 꼴이다. 자본시장에도 큰 부담이다. 원화 약세로 환차손 위험이 커지자 주식·채권에 투자한 자금을 서둘러 달러로 교환해 한국에서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주가가 2년 전 수준으로 밀려났다. 더 큰 걱정은 우리 경제를 총체적 난국으로 몰아넣은 원화 약세 추세가 앞으로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커져 원화 약세를 한층 더 부추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환율 안정 최후의 보루인 무역수지마저 에너지 수입액 폭증으로 올 들어 20일 현재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155억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벌어들이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더 많으면 추가적인 원화 약세가 불가피하다. 환율 1300원은 시장이 우리 경제에 주는 명백한 경고 신호다. 경제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수출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불요불급한 달러 유출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안보·경제동맹을 기반 삼아 한미 통화스왑을 체결하도록 미국과 협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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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율 1300원 돌파, 경제위기 경각심 더 키우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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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암 유발하는 학교급식 조리시설
- 학교 안은 어느 공간이든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급식 조리실에서 폐암 발생이 계속 늘고 있다. 올해 근로복지공단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산재 신청이 64건이고, 승인된 경우가 34건이다. 2018년 무렵부터 해마다 학교급식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폐암의 원인은 조리흄(cooking hume)이다.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다량 배출되는 조리흄은 국제암연구소가 공인한 폐암 위험 요인이다. 조리실무사들은 급식 조리 과정에서 조리흄을 흡입할 수밖에 없다. 조리기구 위로 캐노피형 배기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 구조 상 실무사들이 계속 들이마시게 된다. 더구나 조리실의 전체 환기 방식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5월 경기도교육청에서 무책임한 대응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2018년 수원의 한 중학교 조리실무사가 폐암으로 숨진 이래 도교육청의 급식 조리실 전수조사와 환기 시설 강화를 요구했으나 번번이 묵살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 설비 설치 가이드'를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도 학비노조의 집회 이후 학교급식 시설 점검과 개·보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나 급식종사자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조리실과 급식실에 공기정화기와 살균기를 갖출 경우 발암물질이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이 6분의 1가량 줄어들고, 미세먼지도 4분의 1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마다 형편이 상이할 터이지만, 도교육청에서 서둘러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미비한 시설의 설치와 교체를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리실무사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 교직원의 건강이 걸린 문제다. 조리실무사들은 폐암 발생 위험이 일반 노동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조리업무를 해온 종사자는 퇴직자까지 포함해서 연령이나 경력 여부에 관계없이 무료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표방해온 경기도교육청이 솔선수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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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암 유발하는 학교급식 조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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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룡 경찰’ 국기 문란 문책하되 수사 개입 우려 없애야
- 경찰이 치안감 인사 초안을 대통령 결재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혼선을 빚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이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 문란 행위”라며 엄중 경고했다. 경찰이 인사 발표를 ‘번복’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상적인 국가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경찰은 21일 오후 7시 12분쯤 치안감 28명의 승진·전보 명단을 발표한 뒤 오후 9시 34분쯤 대상자 7명의 보직을 변경해 다시 발표했다. 경찰은 대통령실과의 협의 없이 인사 초안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잘못된 내용을 알고도 두 시간 넘게 뭉개버렸다. 새 정부의 경찰 통제안에 대한 의도적 반발 차원에서 이뤄진 ‘항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청을 관리하는 내용의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에 ‘검찰국’을 둔 것처럼 행안부에도 경찰 담당 조직을 만들고 행안부 장관에게 고위직 경찰공무원 징계요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자문위의 입장이다. 그러잖아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막강한 사정 기관으로 떠오른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9월부터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게 된다.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 장치를 확보해 부실 수사, 인권 침해 등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경찰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재가 없는 인사 초안이 공개된 경위를 조사하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 다만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존중해 권력의 수사 개입 우려도 없애야 한다. 정권이 경찰을 손아귀에 넣고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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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룡 경찰’ 국기 문란 문책하되 수사 개입 우려 없애야